혼모쿠 2017. 2. 19. 02:33
"물은 그 자체로 생명의 엑기스다.

인간이 흙에서 태어나 흙으로 돌아간다는 건 헛소리다. 모든 생명은 물에서 태어나 물로 돌아가. 인간은 물론이고 동식물에 이르기까지. 호흡을 통해 유기체로써의 생산 활동을 하는 모든 존재는 거슬러 올라가면 본질은 '물'에 다다른다. 대부분의 생명체를 구성하는 물질의 7~80%가 물인 것과, 물 없이는 그것들이 생명 활동을 유지할 수 없는 점이 증거이지.

인간은 특히나 그 영향을 많이 받는다. 모체의 양수 속에서 무려 열달을 보내지. 물에 대한 본능은 의식의 밑바닥에 항상 깔려있어. 태아의 상태로 돌아가서 잠들고 싶다는, 회귀본능이란 그런 걸 말하는 거지. 그러나 두뇌의 기능이 활성화되고 이성이 대두되기 시작하면 거의 자취를 감춘다. 남는 것은 본능의 그림자 뿐이야. 다른 본능과 욕구들 틈에 깔리고 눌려서 잘 드러나지를 않아. 아무도 알아채지 못하는 우선점만 차지하고, 금세 잊게되지."

"보통 어릴 때 헤엄치는 법을 배우잖아? 분명 물에서 태어났음에도 물에 대한 적응력을 다시 길러야 한다는 게 이상하지 않아? 그건 두 가지 본능이 서로 부딪치기 때문이다. 모체의 품으로 돌아가고 싶어하는 회귀를 우선시하는 본능과, 이 세상에 자신의 형태를 온전한 채로 어떻게든 존재하려는 육체 보전을 우선시하는 본능이 서로 충돌하는 거지. 수영을 못하는 맥주병들은 대개 후자의 본능이 강한 케이스다."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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